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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흥미로운 잡동사니 상자
120/1000 -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김지영을 위하여, '82년생 김지영' 그렇다.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것만으로도 페미니 뭐니, 한국의 잘못된 페미니즘이 어쩌니 하며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82년생 김지영'. 사실은 산 지도 예전이고 중간까지 본 것도 예전인데, 읽으며 내내 숨이 콱 막히는 듯한 답답함에(소설을 못 써서가 아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훅 하고 물씬 끼쳐오는 답답함이랄까) 중간에 하차했던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았다. 나는 왜 이 소설이 남자들이 기겁하는 '페미'소설인지 모르겠다. 읽고 나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난리날 정도로 극단적이거나 편파적인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82년도에 태어난 김지영 씨가 살면서 이제까지 겪었던 소소..
진짜 언어 덕후의 살아있는 언어 이야기,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 119/1000 이 책은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에 서문을 꼭 봐야 한다. 왜냐면 서문에 등장하는 친구가 느끼는 감정이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낄 감정이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문은 대략 이렇게 시작한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비스킷 biscuit의 어원이 뭐냐고 묻더군요. 비스킷을 먹다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설명해줬습니다. 비스킷은 프랑스어로 '두 번 구웠다'라는 뜻의 bi-cuit에서 왔다고요.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충 설명을 했지요. biscuit의 bi는 bicycle이나 bisexual에 들어 있는 Bi와 똑같은 거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또 생각나서 말해줬습니다. bisexual은 1890년대..
118/1000 - 예술한다면 한번은 읽어보자! [아티스트 웨이] 요새 소소하게 덕후들 사이에서 유행 타는(?) 것을 보았는데 바로 뭐냐 하면 그냥 일어났을 때 무작정 펜을 잡고 아무거나 줄줄줄 써 내려가기 시작해서 3장을 쓰는 훈련이다. 쓸 말이 없으면 아 쓸말 없다고 써도 되고 했던 말 또 써도 되고 그냥 무슨 짓이든 해서 3장을 채우면 된다고 한다. 간단한 룰 설명을 읽고 나도 모닝 페이지를 해보려고 했더니, 궁금한 게 자꾸자꾸 생기지 뭔가. 뭘 적으면 되고, 뭘 적으면 안 되는 거야? 진짜로 쓸 말이 없으면 뭘 적으라는 거야?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왜 써놓은 건 보면 안 돼? 안타깝게도 모닝 페이지를 추천하는 짧은 글이나 트윗에서 이런 세세한 의문까지 해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책..
117/1000 - 취향을 뛰어넘는 존잘 "울어봐, 빌어도 좋고" 내가 별로 취향 아닐 것 같은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아마 더쿠의 영업글이 컸던 것 같다...(이 글👉 https://theqoo.net/romancefantasy/1998643335 영업 대존잘임) 약간... 로판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영업하기 쉽지 않은데 코어 팬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었곸ㅋㅋㅋㅋㅋㅋㅋ 이리저리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로는 문체나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좋다고 해서 결국 나도 고집을 접고 읽어보게 되었다. 뭐랄까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정말 정말 내 취향 아닌데 소설 같은걸 쭉쭉 읽다 보면 중간에 읽다가 으 나랑 안 맞다 싶어 하차해도 하나도 안 아쉬운 소설이 있고 존잘력으로 취향도 아닌 소설 읽는 사람들을 멱살 잡아 ..
2021년 왜그렇게 유명한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 몇개 꼽아보라면 단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일 것이다. 도서관에 대기를 걸어놨음에도 예약 대기인원이 얼마나 많은지 ㅠㅠ 읽어보긴 글렀구나 하고 예약해둔 것도 잊어버리고 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내 순서가 턱 돌아왔던 것이다! 그것도 소리소문 없이...!(놓칠뻔...) 놓칠세라 얼른 대여해왔다. 우리가 중간중간 놓치고 있는, 혹은 떠나보낸, 수많은 갈림길들. 우리가 후회하는 인생의 선택들. 인생에 있어 한 점의 후회도 없고, 만약 그 때 그 길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한 톨의 망설임이나 궁금함도 없는 사람은 단연코 없으리라. '만약 그 때 내가 다른 회사에 취직했더라면' '그 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귀었더라면' '그 때 결혼..
이렇게라도... 발톱만큼이라도 어떻게 낸 학비를 다시 거두어보려는 눈물 나는 발버둥으로 읽은 장르소설 후작과 수리공...! (학교 도서관에 있었다) 사실 표지가 너무 내 취향이 아니어서 유치하고 재미없을줄 알았는데 꽤 재미있게 읽었다! 건전하고 귀여웠음 ㅋㅋㅋㅋㅋ 여주가 굳세고 꿩강한 소설들은 항상 편하게 휙휙 넘겨가며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다. 딱히 심각하거나 큰 위기라거나 머리앓으며 봐야하는 스트레스 가득한 내용도 나오지 않고, 언제나 남주는 여주바라기, 여주의 앞길을 쓱싹쓱싹 치워가며 온리 여주만을 원하는 정말 큰 굴곡없는 평탄한 소설이어서 휙휙 재빠르게 읽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연성이 좀 없는 스토리, 섬세하다기보다는 크와앙 투명드레곤은 여튼 쎘다 짱쎘다 느낌의 피상적인 인물설정, 아..
새해에 읽기에는 너무나 괴롭고 실망스러운 책이었으며, 한 장 한 장 읽기 버거울 정도여서—롤리타 이후로 이렇게나 읽기 싫은 책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롤리타는 작가가 아동성도착자를 혐오스럽게 쓰려고 일부러 독자가 혐오감을 느끼도록 쓴 것임을 감안할 때, 조르바가 훨씬 괴로웠다—읽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00년대에 쓴 책도 이보다 여혐이 심하지는 않을 것인데 어째서 1946년에 쓴 소설이 이렇게 여혐 범벅이어야 하는가. 그리스인 작가라서 그런 것 같다는 개인적인 편견이다. 개인적으로 느낀 그리스 문화가 아직도 그랬으므로... 여하튼 너무나 실망스러운 책이어서, 앞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사람까지도 마음속으로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인터넷 서점의 리뷰란을 보니 ..
여행을 즐기는 당신에게. 단지 화려한 장소들을 보고 화려한 음식들을 먹는 여행이 아닌, 소박하지만 현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현지식 숙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적당히 친해지고 마을 사람들과 인사하고 고즈넉하고 사람도 많이 없는 장소들을 아스랑 아스랑 걸어 다니며 추운 아일랜드의 바다를 구경하고 다시 따스한 호텔에 돌아와 저녁을 먹는 것을 최고의 여행으로 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아, 언젠가 나도 꼭 이런 장소로 여행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호텔에 머무는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다른 투숙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해져 보고 싶다, 호텔의 지배인과 관리인이 푸근한 인상에 따스하게 맞아주는 치키 아주머니였으면 좋겠다, 하고 생..
문학계의 총아, 옥스퍼드의 수재, 반짝반짝 빛나는 천재적 글솜씨, 걸출한 입담, 성공한 극작가. 유미주의의 정점이자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었던 그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이야기는 오스카 와일드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쓴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나오는 도리언 같은 미남, '앨프리드 더글러스'를 만나 인생의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아버린 그는 동성애 스캔들 끝에 감옥에 가게 되었고, 출소한 이후 몇 년 되지 않아 생명력이 꺼져가는 불처럼 시름시름 앓다 많지 않은 나이에 죽는다. 그 소송은 앨프리드의 아버지와 휘말린 것이었는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어린 남친은 아버지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고 오스카를 부추겨 사건을 악화시키고 결국 오스카는 소송에서 지..
개인적으로 먼저 말하자면, 나는 허지웅 씨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악플 다는 안티 이런 건 아니고, 이 사람의 까칠한 성격이나 심드렁한 시니컬함 같은 게 별로라고 생각해서 크게 좋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평론가, 칼럼니스트라는 걸 알기 전에 TV에 나온 걸 먼저 봐서 그냥 그런 연예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의 책을 읽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그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구나, 하는 점을 발견하게 되어 의외의 면이 조금 좋아지기도 하고,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도 나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통해 느끼게 되는 새로운 점이 매우 많다. 끝까지 나와는 안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렇다. 이미 누군가 써 둔 글에 내가 누가 틀렸네 맞네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