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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언어 덕후의 살아있는 언어 이야기,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 119/1000 본문
진짜 언어 덕후의 살아있는 언어 이야기,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 119/1000
이 책은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에 서문을 꼭 봐야 한다. 왜냐면 서문에 등장하는 친구가 느끼는 감정이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낄 감정이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문은 대략 이렇게 시작한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비스킷 biscuit의 어원이 뭐냐고 묻더군요. 비스킷을 먹다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설명해줬습니다. 비스킷은 프랑스어로 '두 번 구웠다'라는 뜻의 bi-cuit에서 왔다고요.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충 설명을 했지요. biscuit의 bi는 bicycle이나 bisexual에 들어 있는 Bi와 똑같은 거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또 생각나서 말해줬습니다. bisexual은 1890년대에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만든 단어로, 그 의사가 masochism이란 단어도 만든 것을 알았냐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친구가 '몰랐다'라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그럼 Masochism이 자허마조흐라는 소설가 이름을 따서 만든 건 알았냐고 물었지요. 친구는 자허마조흐라는 사람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고, 지금 자기 소원은 비스킷 좀 마음 편히 먹는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저는 발동이 걸렸고, 물꼬가 터졌으니까요. 소설가 이름을 딴 단어는 그 밖에도 많다고 알려줬습니다. Kafkaesque, Retifism...
바로 그때 친구가 문을 향해 냅다 뛰었습니다. 하지만 순순히 보내줄 제가 아니지요. 저는 단어 이야기를 끝도 없이 이어갔고, 단어 이야기에 원래 끝이란 없으니까요... 그 친구는 두어 시간 후에야 겨우 탈출했습니다. 제가 Philip이라는 이름과 hippopotamus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그림을 그리는 틈을 타서 도망갔더군요....
그렇다. 이 책은 언어, 단어의 어원 얘기만 하면 신이 나서 눈이 반짝이며 수도없이 말이 많아지는 작가가 아무도 자기 얘기를 안 들어주는 바람에 책을 쓰기로 한, 그야말로 '구구절절'한 책이다 ㅋㅋㅋㅋㅋㅋ
언어학의 쉘든과 얘기하는 것 같달까....? (물론 그의 일방적인 독백이므로 내가 끊는 법은 책을 덮는 것 밖에 없다.)
아니 여기서 갑자기 이게 나온다고? 싶은 작가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두서없이 펼쳐진다.
헤로인의 어원 얘기를 하다가 모르핀이 나오고 모르핀의 어원인 그리스 신화의 모르페우스 이야기를 하다가 꿈의 얘기로 넘어가고 마약을 하며 멋진 창작활동을 펼쳤던 영국의 드 퀸시라는 사람 얘기를 하다가 참! 이 사람이 national anthem(국가)라는 말을 만들었답니다! 하면서 미국 국가 얘기로 넘어간다. 내가 작가의 친구였다면 나도 지금쯤 '앗 저기 UFO가 있네!'하고 외치며 시선을 분산시킨 뒤 쿠키를 입에 물고 창문을 넘어 탈출하려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작가한테 붙잡힌 이후에는 UFO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시간 더 듣게 되겠지만 말이다.
'찐덕후'랑 얘기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단.... 얘기가 끝이 없고 너무나 깊게 들어간다. 그리고 본인이 그 얘기에 너무 재미있어하느라 내 반응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 얘기하다가 자기 혼자 신나서 막 웃는다. 나는 A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갑자기 안 궁금했던 B~Z까지 다 얘기해주더니 A를 알려면 라틴어를 배워야 한다고 라틴어 초급 수업을 시작하는 식이다. ㅋㅋㅋㅋㅋ
이 작가도 좀 그런 성향이 있는데, (그래서 중간중간에 도저히 못따라가고 책을 많이 쉬었다. 한 챕터 읽고 나면 한참 쉬어줘야 했음 ㅋㅋㅋㅋㅋㅋ) 뭐 익숙해지니 중간중간 던지는 위트에도 슬그머니 웃게 되더라. (이 작가 사르카즘적이고 시니컬한 개그를 알게 모르게 툭툭 던지는데 번역가가 번역을 잘해서 재미있다. 진짜 전형적인 미국식 문인 지식인...)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얘기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아보카도의 어원이 불알이라든가, 보톡스의 어원이라든가... bluetooth나 Shell같은 회사의 상표 어원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전반적으로 너무 영어단어가 줄줄줄 나오지만 않는다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이 덕후 저자는 책 마지막 장에 또 한번 압권을 선사하는데
하핫 이제까지 어원을 알아보니까 너무너무 재밌지? 나만 얘기하면 그러니까... 우리 함께 퀴즈를 풀어볼까? 하며
사실 별로 안 궁금했던 사람 이름과 도시 이름의 어원 퀴즈까지 야무지게 출제해준다는 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 덕후식 마무리.....
책을 읽고도 저자가 책 속에서 했던 모든 단어가 기억나진 않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아, 그때 이 내용이 책에 있었던 거 같은데.. 하면서 책을 다시 뒤져볼 정도로는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책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영어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이 책을 보려 한다면.... 이 책으로 딱히 영어 실력이 향상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언어를 아는 상태에서 어원을 공부한다는 것은 언제나 실보다 득이 많고,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으니까 한 번쯤 읽어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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