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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김지영을 위하여, '82년생 김지영' -120/1000

INCH_ 2022. 4. 3. 19:01

120/1000 -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김지영을 위하여, '82년생 김지영'

그렇다.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것만으로도 페미니 뭐니, 한국의 잘못된 페미니즘이 어쩌니 하며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82년생 김지영'. 사실은 산 지도 예전이고 중간까지 본 것도 예전인데, 읽으며 내내 숨이 콱 막히는 듯한 답답함에(소설을 못 써서가 아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훅 하고 물씬 끼쳐오는 답답함이랄까) 중간에 하차했던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았다.

나는 왜 이 소설이 남자들이 기겁하는 '페미'소설인지 모르겠다. 읽고 나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난리날 정도로 극단적이거나 편파적인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82년도에 태어난 김지영 씨가 살면서 이제까지 겪었던 소소하고 작은 불이익들, 억울했던 일들, 알게 모르게 마음에 쌓였던 일들을 담담하게 되짚어갈 뿐이고 누구나 공감할 정도의 내용이 담겨있다.

김지영 씨보다 몇 년 늦게 태어난 나에게도 살아가면서 겪었던 소소하게 부당하고, 생각해보면 조금 억울하고, 그런데 어디 말은 못 한 채 그냥 삭혔던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많다.

거래처와 회식 후에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는데 다른 분 한분도 같은 방향으로 가신다고 하셔서 택시를 셰어하기로 했더니 '다른 데로 빠지는 거 아냐? 모텔이라도 가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성희롱을 개그랍시고 ㅎㅎㅎ 내뱉던 ㅎㅎㅎ 회사 선배. (그 남자분은 유부남이었다.)

킬힐이 유행하던 대학 시절 발이 너무 아파 대신 웨지힐을 신었더니 "웨지힐 신는 여자는 편한거만 좋아하는 게으른 여자라 만나면 안 된다던데."라고 개쌉소리를 씨부리던 동기(누가 지랑 만나준다던가...). 

당신은 평등하게 키운다고 하는데 애매하게~ 아주 미묘하게~ 아들이랑 딸 취급이 다른 엄마... 등등.

전 세계의 모든 여자들 중 김지영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저는 이런 일 한번도 안 겪었는데요?라고 하면서 김지영 씨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어온 이 수많은 일들을 그저 '과한 피해의식'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과한 피해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정말 건조하고 무덤덤하다. 문체도 건조하고, 감정이 크게 배어있지도 않다. 딱히 과한 피해의식을 느끼는 어투도 아니고, 세상 모든 남자 다 싸잡아서 적으로 취급하는 투로 쓰지도 않았다.

김지영 씨의 남편이 상종할 수 없는 한남인가? 아니다. 김지영씨가 내 주변 사람이었다면 그냥 무난하고 오히려 조금 자상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남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으면 고양이가 가슴팍을 누르듯 속이 답답-한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다)

김지영 씨의 직장 동료들이 상종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한남이었나? 뭐 그렇지도 않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남자들. 직장을 같이 다녔다면 아 예,, 뭐 ㅇㅇ씨 괜찮죠, 무난해요. 할 정도의. 그런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으면 물 없이 고구마 3개 정도 먹은 듯 속이 답답-한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다.)

그냥 그렇게 이어지고, 김지영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소설이 그렇게 끝난다. 김지영 씨가 이혼을 했나? 하면 그것도 아니고, 김지영 씨가 남편을 두들겨 패서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냐? 그것도 아니다. 누구도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소설에서는 격한 클라이막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잔잔하고 덤덤한 소설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도 난리가 났는가?

인터넷에서 난리난리를 친 남자들 중에 90%는 책을 안 읽어봤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내 사견이다. 안읽어보니 이 책이 극단적인지, 안 극단적인지, 페미니즘 책인지, 무슨 책인지 알 턱이 있나. 출간 당시에 아주 난리가 나면서 '82년 김지영'을 불매하겠다, 교보문고나 알라딘 등 김지영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온라인 서점을 불매하겠다는 남자들이 속출했는데 온라인 서점에도, 82년생 김지영의 매출에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 그렇다. (이 사태 이후 출판사와 서점들은 남자들은 별로 책을 안 사고, 여자들은 책을 산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뒤 신나게 온갖 페미니즘 책을 펼쳐내게 되었다는 후문....)

사실 82년 김지영을 '페미소설'이라고 해도 별 상관없다.내가 쓴 것도 아니고... 그리고 누가 뭐라든 세계적으로 대박 나고 수출까지 하고 있는 책 아닌가? 이 책을 모두가 좋아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원래 책 후기란 다양해야 제맛이다. 읽어보니 감동했다는 사람, 울었다는 사람, 별로였다는 사람, 영 읽을 가치가 없었다는 사람이 혼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근데 주장을 할 거면 우선 책을 읽어보고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정도는 이야기하는 상식적인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중년의 남자 지인은 우연히 이 책을 읽고 아내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며 먹먹한 감상문을 몇 장이나 올리며 책을 추천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당신은 '정말로 '김지영'을 읽었는가? 당신은 어떤 점에서 이 책이 마음에 들고/마음에 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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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조남주 장편소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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