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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흥미로운 잡동사니 상자
나는 타샤 튜더같은 삶을 예전부터 동경했다. 동화속에 나오는 그런 할머니의 삶! 어릴적부터 동화책을 읽으며 외국 할머니에 대한 환상이 극대화 되었는데(외국에서도 이런 할머니는 동화속 할머니라는 것은 잘 안다) 이를테면 겨울에 눈이 와서 먹을 것이 없으면 사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염소젖을 짜서 치즈와 버터를 만들고,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매년 예쁘게 꾸미고, 깨끗한 식탁보를 챙겨 소풍을 나가고, 초콜릿이 가득 박힌 쿠키를 굽고, 뜨개질과 자수를 좋아하고, 구멍난 옷도 현명하게 구멍을 잘 메꿔주는 그런 멋진 할머니 말이다. 타샤 튜더가 지금까지로는 여러모로 제일 그 [로망의 할머니]에 가깝지 않을까....! 타샤 튜더 책이 집에 여러 권 있는데, 이번에 보게 된 돌하우스는 사실 다른 책에서도 몇번..
2021년 베스트셀러 바로 그 책, 너무 인기가 많아 도서관에서 아무리 예약을 걸어대도 코빼기도 볼 수 없었던 바로 그 책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그냥 yes24 북클럽을 끊었다. 아니 이렇게 뚝딱 볼 수 있는 줄 알았으면 그냥 진작 북클럽으로 볼 걸. 1년 내내 온갖 도서관 예약 버튼을 눌러댄 게 허무할 정도였다.ㅠㅠㅠ 책을 펼치고 조금 읽어나가자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겠다 싶었다. 너무나 참신한 세계관, 섬세하고 꼼꼼한 디테일 설정, 몽글몽글하고 귀엽고 몽환적인 책의 분위기. 솔직히 말하면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책 속 세계관이 좋았다. 해리포터 이후로 이렇게 세계관에 홀딱 반한 것은 처음이었다. 모두가 잠이 들면 꿈의 도시로 가서, 녹틸루카들이 입혀주는 수면가운을 입고 온갖 꿈이 있는 꿈 백화점에서..
언젠가의 리디 마크다운 때 평이 좋아서 냅다 샀지만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한동안 안 읽고 내버려 두었던 책이다. 그러나 어느 날 혼잡하게 끼여 앉아 40분을 가야 하는 지하철에서 심심해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휴대폰으로 책을 펼친 후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쉬지도 않고 그날 내내 읽어 끝을 보고야 말았다. 글이 메일과 편지 형식으로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몰입이 힘들 수도 있지만, 조금만 꾹 참고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자! 너무나 탄탄하게 잘 쓰인 소설이라 분명히 금세 푹 빠지고 말 것이다. 작가의 기본기가 좋고, 문장력이 좋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좋다. 물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좀 과하게 욕심을 부려 떡밥을 던진 것이 아닌가 (솔직히 전부 회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싶지만, 전반..
120/1000 -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김지영을 위하여, '82년생 김지영' 그렇다.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것만으로도 페미니 뭐니, 한국의 잘못된 페미니즘이 어쩌니 하며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82년생 김지영'. 사실은 산 지도 예전이고 중간까지 본 것도 예전인데, 읽으며 내내 숨이 콱 막히는 듯한 답답함에(소설을 못 써서가 아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훅 하고 물씬 끼쳐오는 답답함이랄까) 중간에 하차했던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보았다. 나는 왜 이 소설이 남자들이 기겁하는 '페미'소설인지 모르겠다. 읽고 나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난리날 정도로 극단적이거나 편파적인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82년도에 태어난 김지영 씨가 살면서 이제까지 겪었던 소소..
진짜 언어 덕후의 살아있는 언어 이야기,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 119/1000 이 책은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에 서문을 꼭 봐야 한다. 왜냐면 서문에 등장하는 친구가 느끼는 감정이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낄 감정이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문은 대략 이렇게 시작한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비스킷 biscuit의 어원이 뭐냐고 묻더군요. 비스킷을 먹다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설명해줬습니다. 비스킷은 프랑스어로 '두 번 구웠다'라는 뜻의 bi-cuit에서 왔다고요.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충 설명을 했지요. biscuit의 bi는 bicycle이나 bisexual에 들어 있는 Bi와 똑같은 거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또 생각나서 말해줬습니다. bisexual은 1890년대..
118/1000 - 예술한다면 한번은 읽어보자! [아티스트 웨이] 요새 소소하게 덕후들 사이에서 유행 타는(?) 것을 보았는데 바로 뭐냐 하면 그냥 일어났을 때 무작정 펜을 잡고 아무거나 줄줄줄 써 내려가기 시작해서 3장을 쓰는 훈련이다. 쓸 말이 없으면 아 쓸말 없다고 써도 되고 했던 말 또 써도 되고 그냥 무슨 짓이든 해서 3장을 채우면 된다고 한다. 간단한 룰 설명을 읽고 나도 모닝 페이지를 해보려고 했더니, 궁금한 게 자꾸자꾸 생기지 뭔가. 뭘 적으면 되고, 뭘 적으면 안 되는 거야? 진짜로 쓸 말이 없으면 뭘 적으라는 거야?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왜 써놓은 건 보면 안 돼? 안타깝게도 모닝 페이지를 추천하는 짧은 글이나 트윗에서 이런 세세한 의문까지 해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책..
117/1000 - 취향을 뛰어넘는 존잘 "울어봐, 빌어도 좋고" 내가 별로 취향 아닐 것 같은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아마 더쿠의 영업글이 컸던 것 같다...(이 글👉 https://theqoo.net/romancefantasy/1998643335 영업 대존잘임) 약간... 로판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영업하기 쉽지 않은데 코어 팬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었곸ㅋㅋㅋㅋㅋㅋㅋ 이리저리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로는 문체나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좋다고 해서 결국 나도 고집을 접고 읽어보게 되었다. 뭐랄까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정말 정말 내 취향 아닌데 소설 같은걸 쭉쭉 읽다 보면 중간에 읽다가 으 나랑 안 맞다 싶어 하차해도 하나도 안 아쉬운 소설이 있고 존잘력으로 취향도 아닌 소설 읽는 사람들을 멱살 잡아 ..
2021년 왜그렇게 유명한지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 몇개 꼽아보라면 단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일 것이다. 도서관에 대기를 걸어놨음에도 예약 대기인원이 얼마나 많은지 ㅠㅠ 읽어보긴 글렀구나 하고 예약해둔 것도 잊어버리고 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내 순서가 턱 돌아왔던 것이다! 그것도 소리소문 없이...!(놓칠뻔...) 놓칠세라 얼른 대여해왔다. 우리가 중간중간 놓치고 있는, 혹은 떠나보낸, 수많은 갈림길들. 우리가 후회하는 인생의 선택들. 인생에 있어 한 점의 후회도 없고, 만약 그 때 그 길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한 톨의 망설임이나 궁금함도 없는 사람은 단연코 없으리라. '만약 그 때 내가 다른 회사에 취직했더라면' '그 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귀었더라면' '그 때 결혼..
이렇게라도... 발톱만큼이라도 어떻게 낸 학비를 다시 거두어보려는 눈물 나는 발버둥으로 읽은 장르소설 후작과 수리공...! (학교 도서관에 있었다) 사실 표지가 너무 내 취향이 아니어서 유치하고 재미없을줄 알았는데 꽤 재미있게 읽었다! 건전하고 귀여웠음 ㅋㅋㅋㅋㅋ 여주가 굳세고 꿩강한 소설들은 항상 편하게 휙휙 넘겨가며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다. 딱히 심각하거나 큰 위기라거나 머리앓으며 봐야하는 스트레스 가득한 내용도 나오지 않고, 언제나 남주는 여주바라기, 여주의 앞길을 쓱싹쓱싹 치워가며 온리 여주만을 원하는 정말 큰 굴곡없는 평탄한 소설이어서 휙휙 재빠르게 읽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연성이 좀 없는 스토리, 섬세하다기보다는 크와앙 투명드레곤은 여튼 쎘다 짱쎘다 느낌의 피상적인 인물설정, 아..
새해에 읽기에는 너무나 괴롭고 실망스러운 책이었으며, 한 장 한 장 읽기 버거울 정도여서—롤리타 이후로 이렇게나 읽기 싫은 책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롤리타는 작가가 아동성도착자를 혐오스럽게 쓰려고 일부러 독자가 혐오감을 느끼도록 쓴 것임을 감안할 때, 조르바가 훨씬 괴로웠다—읽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00년대에 쓴 책도 이보다 여혐이 심하지는 않을 것인데 어째서 1946년에 쓴 소설이 이렇게 여혐 범벅이어야 하는가. 그리스인 작가라서 그런 것 같다는 개인적인 편견이다. 개인적으로 느낀 그리스 문화가 아직도 그랬으므로... 여하튼 너무나 실망스러운 책이어서, 앞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사람까지도 마음속으로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인터넷 서점의 리뷰란을 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