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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흥미로운 잡동사니 상자
인생 살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사건들, 살기 싫고 그냥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 드는 일들이 여럿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키우던 고양이가 많이 아파서 나에게 거액의 병원 빚을 남기고 죽었을 때나, 엄마가 나보다는 내 동생을 더 편애한단 걸 알게 되었을 때나, 마음을 많이 준 사람과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리고 더는 말로 하기도 싫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그랬다. 어떨 때는 나 자신이 찌질하게 느껴졌고, 어떨 때는 억울했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떠나버리고 싶은 때도, 모두와 연락을 끊고 싶은 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너무나 상처가 많았고, 스스로를 별로 사랑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 실망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읽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게 된 책이 이 '자존감 수..
사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초반 글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그래! 이게 바로 내 기분이야! 그래! 한국이 이게 문제야! 를 수십 번 외쳤다. 한국에 와서 정착한 지 5년 차, 이제 온연한 한국인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나름 어떻게 잘 정착해 살고 있지만 외국에 오래 살아 이리저리 조금씩 뒤섞여있는 내 정체성은 한 번씩 한국사람들의 이상한 꼰대 문화와 단체 문화에 의문을 던져댄다. 모든 것이 빠르고 친절한, 너무 살기 좋은 한국이지만 한 번씩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물론 어느 나라건 좋은 점 있고 나쁜 점 있기에 한국이 살기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인인데, 한국에 안 맞는 걸까? 한국이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외국에 있었던 단편적인 순간들이 그리워지곤 했다..
100권째 책은 좀 더 멋진 것을 읽고 싶었는데, 전자도서 남은 기한을 따지다 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읽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기한이 많이 남았던 다른 전자도서도 결과적으로 다 놓침 ㅋㅋㅋㅋ) 이 책은 몇 달 전에 빌려서 읽다가 다 못 읽었던 책인데, 다시 빌려서 읽어봤더니 왜 다 못 읽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더라.... 그냥... 재미없음..... 너무 미국적인 표현이 많이 ㅠㅠ 나와서 사실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거나 직관적으로 재미있지 않은 부분이 많고, 옴니버스로 모은 소설들은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느꼈다. 코니 윌리스는 미국에서 유명한 작가이지만, 꼭 유명 작가가 썼다고 모든 사람에게 재미가 있지는 않음을ㅠㅠ Yes24 등에서 찾아보니 평점이 아주..
작은 고슴도치가 있다. 어느 날 고슴도치는 충동적으로 편지를 한 통 쓴다.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그리고 겁이 나 편지를 부치지도 못하고 찬장에 넣어버린 고슴도치.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으면서, 만약 그 편지를 부쳤다면 어떨까? 그 편지가 누구에게 도착했을까? 계속 친구들이 찾아오는 상상만 하게 된다. 고슴도치는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내심 외롭고, 어울리고 싶지만 무섭다. 고슴도치의 상상 속에서 고슴도치를 찾아온 수많은 친구들은 각자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고슴도치를 배려하지 않거나 고슴도치를 너무 배려하거나 고슴도치를 너무 싫어하거나 고슴도치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 다양한 이유로 고슴도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초대 자체를 거절하기도 ..
그러니까 산뜻한 소설은 절대 못 된다. 현실적이고, 질척거리고, 이해가 안 되고, 주인공들이 내 친구들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너희 연애 이야기는 안 듣고 싶다"라고 잘랐을 것이다. 여주 메리앤이 내 친구였다면 두아 리파의 뉴 룰스를 하루에 10번씩 듣고 따라 하라고 이야기해주며 너 스스로 치유되기 전에 자꾸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연애를 하지 말라고 말해줬을 것이다. 영화로 치자면 '결혼 이야기' 나 '레볼루셔너리 로드'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답답한 현실의 벽을 마주하는 느낌...ㅋㅋㅋㅋㅋ 이게 노멀 피플이면 난 노멀 안할래... 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 책이지만 뭐, 세상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보다는 이렇게 시궁창 근처의 찐득이는 진흙밭 같은 연애가 많지 않나. 그런, 진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