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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들기가 너무나 무서웠던 아싸 고슴도치의 이야기, [고슴도치의 소원] - 99/1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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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들기가 너무나 무서웠던 아싸 고슴도치의 이야기, [고슴도치의 소원] - 99/1000

INCH_ 2021. 7. 14. 15:46

작은 고슴도치가 있다. 어느 날 고슴도치는 충동적으로 편지를 한 통 쓴다.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그리고 겁이 나 편지를 부치지도 못하고 찬장에 넣어버린 고슴도치.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으면서, 만약 그 편지를 부쳤다면 어떨까? 그 편지가 누구에게 도착했을까? 계속 친구들이 찾아오는 상상만 하게 된다.

고슴도치는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내심 외롭고, 어울리고 싶지만 무섭다. 고슴도치의 상상 속에서 고슴도치를 찾아온 수많은 친구들은 각자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고슴도치를 배려하지 않거나 고슴도치를 너무 배려하거나 고슴도치를 너무 싫어하거나 고슴도치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 다양한 이유로 고슴도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초대 자체를 거절하기도 한다.

그러면 고슴도치는 친구를 초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나, 역시 부르면 안 되겠다거나, 혼자 있는 게 좋겠다며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합리화하고 납득하고, 또 하루가 지나가는 식이다. 실은 아무도 만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고슴도치는 편지는 보내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때 편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그때 토끼가 왔다면 어땠을까? 그때 기린이 왔다면 어땠을까? 고슴도치는 자면서도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할 것 같은, 그런 소심하고 답답한, 뭐랄까 주변에 한 명 정도는 실제로 있을 것 같은, 그런 존재로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아, 걔를 닮았구나, 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책을 계속 읽으면서, 해 보지도 않은 일로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도 자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상상으로 이미 너무 안될 것 같아서 말도 안 된다고 넘겨본 일들이 많은데 사실 그것들은 해보기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나도 고슴도치처럼 상상만 하면서 허송한 시간이 은근히 많겠지. 나뿐 아니라 고슴도치가 마냥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머릿속으로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본 일을 현실로 옮기지는 못하고 혼자 상상으로 결론까지 짓고 끝내버린 경험이 있을 테니까.

너무나 뻔한 클리셰긴 하겠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고슴도치가 스스로 벽을 뚫고 나와 어느 날에는 써둔 편지를 부쳐보기를 은근히 바랬다. 편지를 쓰지 않아도 고슴도치에게 친구가 생긴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스스로 걱정과 두려움을 이기고 보낸 편지로 만든 친구와 먼저 다가와준 자상한 친구는 좀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결국 책이 끝날 때까지 고슴도치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으니까...(ㅋㅋㅋㅋ)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고슴도치가, 내년에는 마음이 좀 더 열리고 용기를 내서 씩씩하게 편지를 부칠 수 있기를. 

 

소심한 성격이어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선물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고슴도치의 소원, 아르테(arte)

 

고슴도치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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