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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이런게 노멀이라면 난 노멀 안할래.... - 98/1000 본문
그러니까 산뜻한 소설은 절대 못 된다. 현실적이고, 질척거리고, 이해가 안 되고, 주인공들이 내 친구들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너희 연애 이야기는 안 듣고 싶다"라고 잘랐을 것이다. 여주 메리앤이 내 친구였다면 두아 리파의 뉴 룰스를 하루에 10번씩 듣고 따라 하라고 이야기해주며 너 스스로 치유되기 전에 자꾸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연애를 하지 말라고 말해줬을 것이다. 영화로 치자면 '결혼 이야기' 나 '레볼루셔너리 로드'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답답한 현실의 벽을 마주하는 느낌...ㅋㅋㅋㅋㅋ
이게 노멀 피플이면 난 노멀 안할래... 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 책이지만 뭐, 세상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보다는 이렇게 시궁창 근처의 찐득이는 진흙밭 같은 연애가 많지 않나. 그런, 진흙밭에 잘못해서 예쁜 구두를 신은 발을 푹 담근 것 같은 연애 이야기다.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나 감정 다툼으로 자주 헤어지고 엇갈리고, 또 다른 사람과 그저 그런 연애를 하다가 또다시 만나고, 또 감정을 인정하지 못해서 헤어졌다가 또다시 만나고. 각자 사귀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자기들끼리 불꽃 튀는 감정을 주고받거나, 힘든 일에 달려가기도 하고. 결국 남은 게 둘이라서 둘이 다시 사귀고. 몇 번을 깨지고도 결국은 다시 만났으니 소울메이트라면 소울메이트겠지만 이런 소울메이트면 난... 그냥 안 할래...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 두고 싶지도 않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기 빨린다)ㅋㅋㅋㅋ
어른이 되고 나서 생긴 버릇인데, 이런 류의 소설이나 영화...그러니까 자기들만 아프고 자기들만 힘들고 자기들만 소울메이트고 세상에 자기들만 존재하는 줄 아는, 그런 러브 스토리를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주인공 커플보다 조연에 더 이입하게 되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스무 살 초반에는 나도 이런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일 줄 알아서 영화 노트북을 보고 눈물 줄줄 흘리면서 나도 이런 사랑을 찾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나인데, 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니 저렇게 진짜 사랑 찾아갈 거면 여주를 너무너무 사랑하던 약혼남은 무슨 죄며, 남주가 단지 성욕만 해결하려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잤던 저 여자는 얼마나 불쌍하담.'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둘이서 신파극을 찍는 동안, 남자 친구의 '전 여친이자 여사친'이 질투 나지만 질투하지도 못하는 헬렌이나 여친의 '베프' 코넬을 질투해야 하는 메리앤의 남친들의 기분은 왜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지. 사랑이란 정말 이기적이다! (그리고 역시 남사친 여사친따위 믿으면 안 된다는 네이트 판 글 백만 개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물론 메리앤은 기가 막히게 똥차만 골라서 사귀는 재주가 있어서 메리앤의 남친들은 그렇게 불쌍하진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여름에 차 안에서 녹아버려서 브레이크 부분에 찐득거리게 달라붙어있는 새콤달콤을 아무리 물티슈와 휴지로 열심히 닦아도 안 지워져서 계속 번들거림과 끈적거림이 남아있어서 한숨 푹푹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되지만, 작가는 중간중간 그런 상황에서의 교훈이나 삶에 대한 성찰을 캐치해 내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서, 영미권에서는 노멀 피플의 문구들이 나름 인기가 있어 보였다.
그 뭐랄까 짝사랑을 하는 애들이 자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릴 것 같은, 그런 감성적인 문구들,,,,이 많다ㅋㅋㅋㅋ
이런거...ㅋ_ㅋ
책 제목은 '노멀 피플'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는 우리는 모두 '안 노멀' 하다는 것인 것 같다. 다들 자신만의 이상한 부분을 가지고 있고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으며 결여된 부분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안 노멀'해서 더욱 '노멀'한 사람들이고, 결국은 우리도 그렇게 안 노멀한 사람들이어서.
영문 원본의 산문체가 매우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으며 빨려 들어갈 것 같다는 평이 많던데, 사실 번역이 그런 느낌을 완벽하게 캐치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개인적인 평으로는, 번역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조금 더 읽기 편한 문체였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물론 번역가가 최대한 작가의 문체를 느껴보라고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번역투가 너무 짙게 느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원작으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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