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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 가득한 한국식 SF, [천 개의 파랑] - 125/1000 본문
한국은 줄곧 SF 불모지라는 느낌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우주 얘기는 좋아하는데 SF는 별로 안좋아한다(나 포함..). 외국 SF도 읽은 건 몇 권 안되는데, 아르테미스, 마션 정도일까. 어릴적에는 어린이 서가에 있던 SF 소설을 꽤 좋아했었는데, 머리가 크고 나니 영 유치하달까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거기다 SF 소설 속에 한국인 이름이 등장하면 어찌 그리 어색하던지. 아마 헐리우드 영화로 도배된 한국 시장에서 우주, 미래, 로봇이 나오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레 외국인과 연결되는 느낌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요 몇년 사이 한국에서도 살짝은 SF 소설들이 뜨고 있달까, 주목받는다고 한다. SF 기반이 없던 한국에서, 해외 SF 소설을 읽고 이를 양분으로 자란 작가들이 이제 SF작품을 만들어 낼 만큼 성장했다고. 그리고 최근 자주 보이던 책이 바로 이 책, '천 개의 파랑' 얼핏 일반 소설이나 시집 제목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 감성적인 제목과 다르게 'SF소설'이라는 분류에 나도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정말 독특하게도 이 소설에는 휴머노이드 기수가 등장한다. 이제 사람이 말을 차지 않고 로봇이 말을 타는 시대다. 가볍고 떨어트릴 걱정이 없어 말의 속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경마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2035년쯤이 소설의 배경이다. 2035년... 2022년인 지금, 사실 상상이 안되지도 않는, 손에 닿을 듯, 상상이 될 듯 말 듯, 무언가 바뀌었을 듯, 바뀌지 않았을 듯 한 알쏭달쏭하고 애매한 시간 설정이 매력적이다. 2100년, 2200년 이렇게 시간을 덤벙 뛰어넘어 우리가 영영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지나치게 허구적인 미래가 아닌, 약 10년 후의 어느 날.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기 시작한 과도기.
잘못 만들어져 다른 로봇보다 감성이 한 스푼 충만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달리는 것을 너무나 즐기는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나름의 이유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어느 가정의 엄마와 딸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펼쳐졌다.
SF소설이라기에는... 작가가 SF요소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소설의 감정선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매개체로 썼을 뿐, 소설 속에서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의 마음, 동물의 고통에 대한 공감, 휴머니즘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사실 책의 초반부분에서는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살짝 서툴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스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거나 스토리 진행상 전혀 필요없어보이는 부분도 있어서 살짝 실망했는데, 가면 갈수록 점점 스토리가 매끄러워졌고, 물흐르듯 흘러가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으며, 작가의 문장력도 점점 절정에 달해서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한풀 성장하는 모습까지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슬픔을 겪은 많은 삶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의 캐릭터들은 모두 스토리가 흘러가면서 내적으로 일정 부분 성장을 이루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고, 슬픔을 이겨내고, 어려운 결정을 하는데, 작가의 따스한 시선과 인정 넘치는 마음이 글에서도, 캐릭터들의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였다. 멋진 작품활동 많이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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