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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괴로운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 104/1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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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괴로운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 104/1000

INCH_ 2021. 8. 26. 20:46

 

책 표지나 발췌문 등을 보고 막연히 2018년 즈음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괜찮아 괜찮아 힐링류' 책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정말 읽으면서 이걸 내가 왜 읽고 있지? 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정말 이게 베스트셀러였다고? 진짜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힐링을 받았나? 하는 생각도... 

책의 작가가 나쁘다거나, 책을 못썼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 책에 힐링을 받을지도 모른다. 정신건강 의학과에 방문하기가 무서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와, 내 우울은 별거 아닐까 봐 무서웠는데, 가서 정말 저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해도 되는구나!'하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딱 그 정도...

죽고싶은데 떡볶이가 먹고싶다면 그냥 먹자.

일단 내가 책에 기대하고 있던 '힐링' 부분은 전혀 없었고 (80%는 기나긴 정신 상담 내역이며 20%는 정말 안물안궁한 작가 개인 일기장이다.) 상담내역에는 정말 너무나 시시콜콜하고 피곤하기까지 한 예민한 작가의 개인적 고민거리가 너무나 많이 담겨있어서 읽는 내내 솔직히 한 가지 생각밖에 안 했다. 아. 정신과 의사는 정말 힘들고 피곤한 직업이겠구나. (거기다 녹음에 대본 떠서 작가 이름으로 출판까지 했으니... 정말 좋은 의사 선생님인 것 같다. 내가 의사였으면 내 발언은 책으로 내지 말아 달라고 거절했을 것이다.) 나는 구구절절 그녀의 낮은 자존감과 예민함과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생각과 질투심 등을 담아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힘들었다. 내가 정신과 의사도 아닌데, 아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하고 말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아마도 작가와 비슷하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기분이 드는 사람들이 이 책을 살텐데, 사실 이 책은 별로 그들의 심리 상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쉽게 감정이 옮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읽고 우울해 지기만 할 것 같다. 다른 사람도 이런 생각 하고 사는구나, 하고 위안받는지는 모르겠지만(나한테는 전혀 위안이 안됐다. 그렇지만 이건 개인적인 독후감이니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죽고 싶은데 떡볶이가 먹고 싶다면, 그냥 먹자. 

오히려 상담 공부하는 사람들(심리학과 학생들이나, 정신과 공부하는 수련의 분들?)이 읽으면 이럴 때 이런 식으로 대처하면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얘기해 줄 수 있겠구나, 하며 공부가 될 만한 그런 책?  

읽고 싱숭생숭한 꿈까지 꿨기 때문에 당분간은 비문학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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