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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개도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88/1000 본문
이 책의 주인공 조지나는, 소설 초입부터 아주 인생이 힘든 상태로, 왜인지는 모르지만(자세한 사정은 나오지 않는다) 같이 살던 아빠가 훌쩍 사라져버리고 가족들이 모두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엄마와 동생과 함께 차에 살면서 아주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소녀이다. 아무리 이혼이니 뭐니 해도 그렇지, 가족들 버리고 도망가다니 아빠가 완전 쓰레기새끼임ㅠㅠㅠ ㅋㅋㅋㅋ
갑자기 대충 가방을 싸고 집을 나왔으므로 제대로 뭐가 있을리도 만무하고, 차에서 사니까 옷을 잘 갈아입을수도 없고, 잘 씻을수도 없고, 친구들한테는 차에 사는걸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참 민감한 나이의 사춘기 소녀. 꼬질꼬질한 동생과 함께 다시 집을 얻을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해보다가, 동네에서 개 찾는 전단지에 "사례금 500달러"라는 글을 보고 번뜩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부잣집 개를 훔쳤다가 돌려주면 대자나? 와, 천재다!
그렇게 완벽한 계획(물론 전혀 완벽하지 않다. 중딩이 계획을 세워봤자지. 구멍이 뻥뻥 뚫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세운 조지나는 동네에서 부잣집에 사는 사랑받는 개를 물색하게 되고,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는 강아지 '윌리'를 납치하게 된다.
그런데 훔치고나서 개 찾아준다는 핑계로 슬쩍 아줌마한테 접근해서 현상금 좀 뜯으려고 떠 봤더니, 아줌마도 돈 없다고 한다.... 아니 부자라며?! (부자라는것은 그냥 조지나가 그렇게 생각한것...)
매일 낑낑대는 강아지한테는 죄책감이 작렬하고, 매일 개의 먹을것을 구하는 일만 해도 큰일이다. 아줌마는 계속 돈을 구하러 쫓아다니고, 죄책감은 무거워져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동네 이상한 아저씨한테 개의 존재를 들키게 되고, 어쩐지 그 아저씨는 윌리가 훔친 개라는 사실을 아는 것 같은데... 조지나와 동생의 좌충우돌 얼렁뚱땅 납치계획을 지켜보며 따라가는것이 흥미진진했다. 성공할까봐 흥미진진했던 것은 아니다. 첨부터 실패가 예견되어있는 작전 ㅋㅋㅋㅋ
작가가 사춘기 소녀의 심리상태를 굉장히 잘 묘사해서 몰입감이 있었다. 본인은 아주 야무지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허술한 계획이라거나, 집에 살고싶다고 엄마한테 짜증을 부리고 떼를 쓰는 장면들, 억지로 죄책감을 무시하려 하지만 결국 죄책감에 지는 순간들... 왜 아빠는 크게 비난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엄마한테 온갖 짜증을 부리는걸까,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원래 사춘기 애들이란 그런것... 당장 응석을 받아주는 사람한테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아빠는 사실 이 책에서 비중이 별로 없다. 존재도 나오지 않으니까)
물론 중간에는 나도 애완동물 주인 감정에 이입을 안할수가 없었다. 아니 개를 훔쳐가서 저렇게 케어도 제대로 안해주고 말이지, 내 주변에서 알짱거리면서 돈이나 뜯어내려고. 만약 누군가가 현상금 받자고 내 개를 훔쳐갔으면 정말 피꺼솟이었을 것...
하지만 어쨌거나 소설속의 착한 카밀라 아줌마는 윌리를 찾은것만으로 조지나를 용서해주고, 조지나에게 또 놀러오라고도 해준다. 죄책감을 이기고 자신의 죄를 고백한 조지나에게는 죄책감을 날려버리는 최고의 선물을 해준 셈이다ㅎㅎㅎ 누군가를 그렇게 용서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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