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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다시 읽은, 알고 보면 무서운 동화책 "당나귀 공주" - 96/1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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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다시 읽은, 알고 보면 무서운 동화책 "당나귀 공주" - 96/1000

INCH_ 2021. 7. 12. 18:41

당나귀 공주( 원제는 Peau d'Âne로 당나귀 가죽에 더 가깝다.)는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1695년에 쓴 프랑스 문학 동화이다.

사실 나는 아주 어릴 적에 이 책을 계몽사 세계 전집 시리즈에서 '당나귀 가죽'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다.
너무 옛날에 읽었고, 어릴적의 일이었으므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여차저차 해서 공주가 당나귀 가죽을 쓰고 살다가 다시 공주가 되는 이야기였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드레스에 대한 삽화가 엄청 예뻤다는 것 정도... (결국 어린이 눈에는 스토리고 뭐고 간에 번쩍번쩍한 드레스가 최고였던 것이다)

당시 삽화에서 표현한 태양의 드레스.... 어린이 눈에는 너무나 완벽했던 것이다

계몽사 세계명작동화 시리즈의 삽화는 정말 최고였다...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예쁜 드레스! 당나귀! 가죽! 공주! 정도만 기억하던 나에게 다시 읽은 이 동화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무슨 그림형제의 잔혹한 그림동화 읽듯..... 아니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인 것이지....??? 중세시대 사람들의 어린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따라갈 수가 없다. 

공주가 도망쳐야 했던 이유 : 왕(친아버지)이 왕비가 죽은 후 공주랑 결혼하려고 해서...

공주가 화려찬란한 드레스가 있는 이유 : 혹시 진짜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드레스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아빠가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태양의 드레스 밤의 드레스 뭐 이딴거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다 만들어줘서....

공주가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 쓴 이유 : 왕한테 금화 나오는 당나귀가 있었는데 저걸 죽여달라 하면 설마 못 죽이고 결혼을 취소하겠지라고 생각한 불쌍한 공주가 말하자 근친상간하려고 눈깔 돌은 왕이 당나귀도 목따버렸기 때문에 공주가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쓰고 도망가서...

 

피해자 :
하루에 한바가지씩 금화 생산하다 목 따인 불쌍한 당나귀
자기 친아버지랑 결혼하고 싶지 않던 불쌍한 공주
말도 안되는 드레스를 당장 며칠 내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참수하겠다고 협박당한 재단사들
자기 딸과 결혼하려는 미친 왕을 모셔야하는 불쌍한 궁인들과 백성들 

또라이 왕 빼고는 모두가 피해자인 이 환장의 도가니 속에서... 어쨌거나 일러스트는 베틀북 출판사의 것도 예전 계몽사 일러스트만큼이나 예뻤다. 나 같으면 태양 드레스 구름 드레스 이런 거 그리라고 한 시점에서 음 이 동화의 삽화는 포기하겠습니다.라고 했을 것 같은데 일러스트레이터분 너무 대단하시고...

밤의 드레스
태양의 드레스

어릴 때 읽은 동화는 어릴 때는 잔혹하거나 잔인한 지 모르다가 커서 알게 되는 과정이 정말 ㅋㅋㅋ 무서운 것 같다  동심 파파괴....

그렇지만 당나귀 가죽을 걸치고 허드렛일을 해도 당신의 신분 따위, 상관없어요! 하면서 상사병에 걸려 찾아와 주는 멋진 왕자가 있다는 점에서... 그런 점이 진짜 동심을 채워주는 동화로서 작용하는 걸까? 현실 세계의 왕자는 결혼으로 왕권을 공고히 하느라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 같은 여자 (당시에는 공주인지 몰랐다)와 결혼을 안 할 텐데! ㅋㅋㅋ

공주는 무슨 생각으로 드레스를 차려입고 왕자한테 보낼 빵 반죽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철딱서니가 없는 건지... 드레스는 빨래를 안 하는 건지... 그리고 반지는 누가 봐도 계획적으로 넣은 거지! ㅋㅋㅋ 안 그런가!

어른이는 어린이 동화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밖에 못할 정도로 찌들어버렸다. 

찾아보니 1970년대에 나온 이런 화려한 의상의 프랑스판 '당나귀 가죽' 영화도 있었다. 
동심이 뿌셔뿌셔 되긴 했지만 일러스트는 정말로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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