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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나'를 찾는 잔잔한 여행, 추억은 방울방울(おもひでぽろぽろ)

INCH_ 2020. 2. 17. 21:51

넷플릭스에 지브리 작품이 우르르르 몰려왔다. 지브리 작품은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나 구하기조차 힘든 작품도 많고 볼 곳도 마땅찮아서, 지브리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 틀림없다. (웃긴건 정작 일본 넷플릭스에는 지브리 서비스 안한다)
이시국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에 올라온 김에 추억의 작품을 몇개 골라서 봤다.

 

추억은 방울방울(일본어로는 오모이데 뽀로뽀로-일본어 좀 하는 사람이면 おもひで라고 적혀있는것이 왜 おもいで가 아닌지, 글자가 틀린건지 궁금해 할 수 있겠으나 옛 표기법으로 쓴 것으로, 소리는 오모이데로 읽는 것이 맞다. 한국어에서는 읍니다 습니다 표기 같은 느낌...)은 1982년에 회사원인 주인공이 본인의 어린시절인 1960년대를 회상하는 작품이라, 일본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추억여행 하는 느낌의 애니메이션일 것이고, 과거 자신들의 좋았던 시절을 돌아보는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ㅎㅎㅎㅎ 

1960년대의 일본. 여튼 잘살았던거 보면 걍 빡쳐 

196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한국에서 돈을 쪽쪽 빨아먹으며 유례없는 전쟁특수를 누리고 2차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한) 일본의 고도 성장기였고, 그후 1970년대를 거치며 1980년대에는 경제 대국으로 부흥하게 된다. 이렇게 1980년대에 부우우자가 된 사람들에게, 우리 막 성장할때 기억나? 우리 어릴적 이랬는데 기억나? 하면서 추억을 들이대는 영화이다 보니 (마치 지금 40-50대한테 1988 올림픽 시절 얘기하는 느낌 ㅎㅎ)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굉장히 마음 짠해지는 작품이었지 싶다.

주인공인 타에코는 1982년에 도쿄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가씨.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때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다 시골이나 지방에 갈때 한번도 가본적 없는 아가씨. 귀농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도시사람 답게 그녀는 열흘 휴가를 내고 형부의 친척집에 농촌체험을 하러 가보는데...

떼잉 열흘이나 어디갈랴고? 지방에 귀농 가볼건데용 

농촌~ 시골생활~ 이런걸 생각하다보니 타에코의 마음은 어느새 방학에 다른친구들은 다 시골에 가는데, 하며 토라지던 10살의 그때로 돌아간다.

여행을 떠나 시골에 간 타에코와 어린시절의 타에코 회상씬이 계속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이 회상씬들에서는 일본의 1960년대의 느낌과 향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령...

파인애플이 생소해 어떻게 자르는지도 몰랐던 타에코 가족

당시 귀했던 음식인 파인애플을 처음 먹어보는 타에코네 가족이라거나

당시 유행했던 만화 횻코리 효탄지마를 보며 즐거워하는 타에코
당시 일본의 경제성장과 맞물리는 시기의 만화라 그런지 가사가 엄청 희망적임.
횻코리 효탄지마는 나중에 모닝구무스메가 리메이크 한 노래로도 유명하다.

당시 실제로 방영했던 횻코리 효탄지마

당시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며 장난치는 아이들도 섬세하게 묘사되었고,

당시의 학교 급식이나 급식에서 우유를 남기면 안되어서 몰래 바꿔치기해 먹어주는 장면 등, 그야말로 당시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와 추억이다, 하는 말이 나올만한 장면들이 많이 있다.

물론 줄곧 보면서 무려 1960년대에 저렇게 살았었고, 버블시대엔 최고 호황을 누렸었으니 지금 일본이 점점 쇠퇴하고 있는 상황을 못받아들일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미 쇠퇴하고 있는걸 어쩌겠어요~

물론 1960년대의 아주 가부장적이고 남녀차별적인 면모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좀 빡칠 수 있음)

매우 가부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타에코 네의 아버지. 뭐든 자기 허락을 받아야 하고, 집안일이라고는 전혀 모르며, 과묵하고, 고지식하다. 그는 막내딸인 타에코를 예뻐하고 귀여워하긴 하나 정작 딸들에 크게 관심은 없다. 

 

 타에코가 가족 외출에 따라가기 싫다고 했다가 쫄쫄 따라가려는 장면에서 아버지에게 강하게 뺨을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요즘사람이 보기엔 뭐야 이거 완전 아동학대 느낌이 드는 정도의 씬이다. 물론 타에코가 짜증나게 굴긴 했지만, 열살짜리 어린애니까 그렇지... 때릴거면 손바닥을 때리든지, 뺨이 뭐람!

그리고 당시 생리를 막 시작하거나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생리는 화두가 되고,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전무하던 시절이라 남자애들은 "생리하는 여자는 더럽다. 생리가 옮는다"며 장난을 쳐대기도 하는데
타에코는 생리한다고 오해받을까봐 체육시간에 쉬면서도 전전긍긍한다. 

성교육 좀 잘혀라 

 

한편 어른 타에코는 농사를 지으러간 형부 친척네에서 자신을 마중나온 토시오와 만나게 되고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친해진다. 
영화에서 앞부분에 형부집 친척이라는걸 제대로 못봐서 이 둘이 친척 아니여? 일본 떼잉 쯧쯔 싶었는데 친척은 아니고 토시오가 언니 남편의 사촌이라고 하니 사돈 총각정도 되는 셈이다. 

첨 할땐 뭐든 재밌지... 연지를 따는 타에코

그리고 그녀는 농사도 열심히 짓고, 농사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뭐 도시에서 일주일정도 휴가내고 할땐 농사도 재미있겠지...ㅋㅋㅋ) 단순노동하며 남는 시간동안에는 계속해서 10살때의 자신을 회상하며 그땐 이랬지, 저땐 이랬지 회상하게 된다.

이 시골 씬은 사실 당시에 지브리에서 취재와 고증을 열심히 했을 농작물 채취씬과, 농작물에 대한 여러 설명과, 야마가타현의 아주 구수~~한 옛 사투리가 매우 매력적인데, 넷플릭스에서 이곳의 농촌에서 쓰는 말들을 사투리로 번역하지 않고 그냥 일반 표준어 자막으로 번역해서 좀 아쉽다. 알아서 한국의 적당히 구수한 농촌 사투리로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든 의문은 
아니 25살 먹은 애가 왤케 10살때의 자신에 집착해 

계속 제가 10살때는요, 제가 어릴때는요, 하고 쉬지도 않고 옛날타령 하는 타에코.....
도대체 농촌의 어떤 점이 본인 어릴때를 자꾸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좀 집착이 과함( 뭐 원래 과거회상해야 하는 영화니까 이렇게 만들었겠지만)

여튼 회상하며 토시오와 점차 친해진 타에코는 

점차 썸 아닌 썸 같은 관계가 되어가지만, 타에코는 어차피 여기에 열흘만 놀러 온 사람. 곧 떠날거니 그냥 친한 사람이네 재밌는 사람이네 생각하게 되지만.....농촌 총각이 어디 여자 만나기가 쉽겠읍니까? 넝쿨째 굴러들어온 아가씨 타에코를 그냥 놔두지 않는 토시오네 식구들

잘 생각혀 봐...

샥시 울 토시오랑두 잘 맞구 농사일두 조아하는디 토시오랑 결혼혀서 요기 살랴? 함 잘 생각혀봐~~~~
띠용 저는 잠시 놀러온건데여... 역시...집에 가겠읍니다.... 안녕히계십셔...
처음엔 기겁하고 이제 있을만큼 있었다고 생각하여 짐을 싸서 떠나는 타에코.

그러나 기차에서 그녀는 마음을 바꾸어서...결국..

러브러브 우산을 쓴 두 사람

이 장면을 보며 한국사람들은 ??? 저 나무짝대기로 만든 이상한 삼각형이 머여 ??? 싶겠지만 
저것은 일본에서 러브러브 카사(사랑의 우산)이라고 불리는 모양인데요. 아이들이 장난칠때 많이 쓰는 표식으로

요렇게 우산을 그리고 우산 밑에 두 사람 이름을 적는 식으로 낙서를 하는거임.
우리나라 식으로 설명해보자면 철수랑 영희랑 사랑한대요 얼레리꼴레리~ 정도가 되겠다.

엔딩과 엔딩의 OST 아이와 하나(사랑은 꽃)

엔딩은 노래 나오는 부분도 전부 끝까지 봐야 결말을 알수가 있다.

 

 작화가 굉장히 호불호 갈릴거같은데 사실적으로 그리고 표정을 살리려고 팔자주름을 열심히 그려넣다 보니

지나치게 나이들어보이는 작화가 완성됨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얘 극중 25살인데..

타에코도 극중 27살인데... 팔자주름 무엇...

지브리 입장에서도 실패라 생각했는지 이후 이런 작화체는 사라졌다.

여튼 영화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있고, 추억여행을 하는 재미가 있으나, 
영화에서 사실 제대로 된 썸같은 썸은 나오진 않는데 타에코가 무슨 용기로 남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임
애니메이션 영화니까 가능한 거죠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 지브리가 추구하던 만화가 어떤것인지 느낄수도 있고 제법 재미있고, 당시 일본의 시대상도 느낄수 있어요.
기왕 넷플릭스에 올라온 김에... 지브리 작품들을 하나씩 봐보려고 합니다 ㅎㅎㅎ 

 

 

⭕이런분 보세요 
지브리 애니메이션 좋아함. 유치한 만화 말고 어른스러운거 보고싶음. 잔잔한거 좋아함. 추억여행 좋아하는 편.

❌이런분 보지마세요
얼굴예쁜 작화가 중요함. 잔잔한거 노잼. 일본 잘사는것을 보는것이 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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