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흥미로운 잡동사니 상자
상처 떠나보내기, 스스로의 마음 돌아보기 - 77/1000 본문
저자(저자는 정신분석가이다) 이승욱 씨가 본인의 내담자들과 정신분석을 진행하였던 것 중, 가장 들려주고 싶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케이스를 다섯개 모아 덤덤하면서도 따뜻하고, 따뜻하면서도 너무 뜨겁지는 않게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이다. 심리학에 대한 큰 사전지식이 없이도 편하게 읽어나갈수 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어려운 말도 없었고, 그냥 물흐르듯, 같이 상담받듯, 한장한장을 편하게 넘길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실연당하고 크게 상심해있을때 읽었는데(추천받았다ㅋㅋ) 처음에는 음, 그렇지만 이 중의 어떤 케이스도 나와 같지는 않은걸, 날 위로해주지는 못하는걸 하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지만-사실 당연한 일이다, 남의 케이스니까- 결국 읽으면서 우리 스스로에 대한 정신분석도 이와 같이 진행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욕구를 돌아보고, 욕구가 좌절되었을때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린시절을 바라보고, 꿈을 분석하고. 결국 다른사람의 심리분석을 읽으면서 나의 경우에는 이렇겠구나, 저렇겠구나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그렇게 "나와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다른 사람의 삶"을 읽으면서 나는 내 안의 나와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렇게 괴로울 때 나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것 보다는, 다른사람의 케이스에 비춰서 간접적으로 돌아보는 것이 심적으로도 편했다.
우리는 모두 우울에 빠질 때가 있다. 나같은 경우는 지독한 우울에 빠져 2년쯤 허우적거린 적이 있는데, 매일매일 죽고싶다고 생각하고, 삶의 의욕 하나 없이 죽기살기로 회사만 겨우 다녔다. 집에 오면 쏘맥을 말아먹고 울다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 때 심리상담을 받아볼까 하면서도 결국 쉽게 받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점차 상황이 나아지면서 우울증이 좋아졌는데, 그 시간이 지나자 그때의 감정들을 다 덮어서 구석으로 밀어놓고, 쉽사리 다시 열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치워두었던 감정들을 조금씩 열어보는 느낌이었다.
상담도 고민만 하다 안받은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예전엔 받아본 적도 있다!) 물론 상담 받으면 좋지, 좋은데.... 결국 상처를 떠나보내는 것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해야한다. 상담을 받아도, 치료를 받아도 점집에 찾아가도 마찬가지다. 누가 도와줄수는 있지만 본인 의지가 없으면 상처를 떠나보낼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울하고, 슬프고, 힘들고, 정신분석이나 상담도 받아보고싶고, 하지만 상담을 덜컥 시작하기엔 좀 부담스러울때, 이 책을 대신 읽어보면서 스스로를 먼저 분석하고, 공감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나서 더 진지하게 자신을 알아보고 싶다면 그때 상담을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된다, 시각화의 시작 - 79/1000 (0) | 2020.09.06 |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에 대한 고찰. 우리는 왜 사랑할까? - 78/1000 (0) | 2020.09.06 |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마음 찡해지는 에세이 - 76/1000 (0) | 2020.02.10 |
우울한 디스토피아의 끝, 소설 [1984] (0) | 2020.02.10 |
말린 생각을 주전자에 넣고 끓여 책 1000권 읽기 (131/1000) (0) | 2020.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