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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전명작 [앵무새 죽이기] 열심히 분석하며 읽어보았다 - 92/1000

INCH_ 2020. 10. 21. 03:01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어야 했던 때는 아마 고등학생 때 독후감 필독도서로 선정되어서 였을텐데, 어떻게 독후감을 썼는지, 다른 책으로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앵무새 죽이기는 읽지 않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나서 결국 내 손으로 다시 책을 들고 읽었다. 그냥 15년 전에 읽었으면 좋았을걸! 항상 제목만 보면서 '그래서 내가 영영 읽지 않은 그 책은 무슨 내용이었을까'하고 생각했었는데, 15년간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숙제를 끝낸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15년 정도 늦은 독후감도 적당히 적어보기로 함.

앵무새 죽이기는, 한마디로 하자면....미국판 (좀 더 깊은 내용의) 아홉 살 인생 같은 느낌이랄까..? 아홉 살 인생도, 앵무새 죽이기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 것임. 그러면 도대체 이 책이 왜 그렇게 명작으로 꼽히냐고? 한국어로 읽었을 때는 사실 그냥 흥미로운 소설 정도였지만, 1930년대 미국의 역사적인 부분이나 당시의 시대상 등을 굉장히 잘 다루고 있어서, 그 나라에서 명작일만 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소녀의 눈으로 한국전쟁 전후의 시대상을 잘 그려내고 주요 사건들을 서술한 소설이 명작으로 꼽힐 것이 분명한 것과 같음. 

 

앵무새 죽이기의 줄거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는 오빠 젬(제레미), 아빠인 애티커스와 함께 앨라배마 주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여섯 살 난 어린 소녀. 작은 마을에 사는 어린아이들이야 매일매일 심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함...

두 남매와 친구 딜은 절대로 집 밖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웃 [부 래들리] 씨의 집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애들이니까, 그 집에서 아저씨가 안 나오는 이유를 어마어마하게 부풀려 이야기를 만들어대고, 온갖 무서운 살을 붙여가면서도, 항상 그 집 정원에 몰래 들어가거나 부 래들리 씨를 밖으로 끌어내 보려고 하는 장난을 무수히 쳐댄다. 

다시한번 봐도 정말 위험한 놀이입니다

이런 타이어 굴리기를 하다가 오빠가 너무 세게 굴리는 통에 저 타이어를 타고 그 집 정원으로 돌진해버린 적도 있는데, 물론 너무 무서워서 아이들이 패닉에 빠져 얼른 도망 치기는 하지만, 그때 스카웃은 집안에서 작게 웃는 소리를 듣게 됨. 그 웃음소리는 누구였을까?

아이들은 점점 그 집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가고, 어느날 밤 오빠와 딜은 저녁에 몰래 래들리 씨 집의 뒷마당에 들어가 보려는 장난이 철철 넘치는 계획을 또 세운다. 몰래 그 집 담을 넘어 들어가려다, 아이들을 도둑이라 생각한 래들리 씨가 집에서 엽총 공포탄을 발사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다가 오빠인 젬이 철조망에 바지가 걸려 바지를 버리고 팬티만 입은채 돌아오게 되고... 

밤늦게 철조망에 다시 바지를 찾으러 간 젬은 철조망에 걸려 다 찢어진 바지를 누군가 기워 잘 개어 철조망에 걸어두었다고 하며 바지를 들고온다. 그 바지는 누가 기워서 개어두었을까? 

또, 래들리 집을 지나가는 길 앞에는 큰 옹이구멍이 있는 나무가 하나 있는데, 

남매는 언젠가부터 그 나무의 구멍안에 종종 선물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은 껌이나, 시계같은 것들이... 누가 넣어두는걸까?

아이들은 그 물건들의 주인을 찾아보려고도 하고, 누가 넣어두는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그 옹이 구멍에 시멘트를 부어 막아버리게 되고 아이들도 옹이 구멍을 잊어버리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주인공인 스카웃은 학교를 다니게 되고, 학교 선생님이 마음에 안들어 학교를 안 가겠다고 떼를 써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나쁜 말을 쓰며 반항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다정한 아버지의 바램을 따라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학교 친구로부터 너네 아버지는 "깜둥이 애인(원서에서는 nigger-lover)"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된 스카웃! 

변호사인 아버지가 앨라배마 주에서 아주 큰 논란이 되는 사건을 맡게 된 것 때문이었다. 그 사건이란 강간사건에 휘말려 강간범으로 기소된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변호인 역할을 맡은 것.

앨러배마 주는 미국 남부에 위치한 주이다. 미국에서 1860년대에 남북전쟁이 일어나 흑인 노예제가 폐지되긴 했지만, 흑인 노예들을 많이 부리던 남부에서는 그 전쟁의 결과가 달가울 리 없었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에는 여전히 흑인 차별이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배경에서 백인 여성을 상대로 강간한 죄로 기소된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이라니? 보수적이고 아직 인종차별적인 앨라배마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핀치 씨가 달가울 리 없었고, 핀치 집안은 집안의 수치라느니, 백인의 수치라느니, 깜둥이 애인이라느니 하는 모욕을 듣고 죽여버린다는 협박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텨낸다. 

강간 사건인 만큼 아버지가 재판에 오지말라고 했지만, 너무 궁금해서 몰래 재판을 보러간 스카웃과 젬 남매. 아이들과 주민들은 톰 로빈슨의 증언과, 아버지의 변호를 들으면서 톰 로빈슨이 강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톰 로빈슨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주장하는 여자(유얼가의 딸)는 알고보니 지나가던 톰 로빈슨을 도와 달라고 부른다음, 꼬셔서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톰이 거절하는 도중에 아버지에게 들키자, 두려움에 강간죄를 꾸며낸 것. 사실 톰은 왼팔이 불편하여 목을 조르거나, 메이엘라가 맞았다고 주장하는 대로 그녀를 때릴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죄로 사건은 불리하게 돌아간다.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가 너무나 열심히 변호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인종차별을 이기지 못하고 배심원들에 의하여 톰은 사형 선고를 받게 되지만, 마을의 흑인들은 백인이 자신들을 변호해주었다는 사실에 큰 고마움을 표한다. 
핀치 씨는 톰의 사형선고를 납득하지 못하고 다시 상고할 계획을 세우지만, 

 백인들이 자신을 무죄로 만들어줄 리 없다고 생각하게 된 톰은 교도소에서 탈옥을 시도하다가 총을 가득 맞고 죽게된다 ㅠㅠ

한편, 톰을 고소했던 유얼 가는 전형적인 화이트 트래쉬 집안으로, 가난하고 못살고 배운것도 없지만 백인에 대한 특권의식으로 가득한 집인데, 가장인 밥 유얼은 재판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깜둥이'의 편을 들어준 핀치 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게 되고...

햄 분장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로윈 축제에 참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핀치 남매들의 뒤를 밟아 칼을 휘두른다. 다행히도 우스꽝스럽지만 뚱뚱한 햄 복장을 하고있던 스카웃은 무사했고, 오빠 젬은 유얼과 싸우다 팔이 부러지게 되는데 남매가 칼에 찔리기 전 도와준 사람이 있었으니

구해줘서 고마워여 아저씨

옆집에 살지만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 아이들이 너무나 궁금해하던 바로 그 이웃, 부 래들리 씨였다. 부 래들리는 아이들을 구하려고 유얼 씨와 싸우다가 유얼을 칼로 찌르고 유얼은 죽어버렸다. 그러니 말하자면, 부 래들리씨는 살인자가 된 셈이다. 그를 기소하고 법정에 세워야 할까? 진실을 밝혀야 할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구해줬는데?

아 모르겠고 내가 볼땐 유얼은 혼자 죽었음 땅땅

항상 정직한 성품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가 고민에 쌓이자, 동네 보안관인 테이트 아저씨는 아 모르겠고 내가 볼땐 무조건 유얼이 술에 취해서 혼자 비틀대다 자기 칼에 찔려 죽은거고 그렇게 처리하겠다!고 함. 아이들을 도우려고 한 것 뿐인,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수줍게 살아가는 부 래들리를 법정에 세워 괴롭히는것은 너무 가혹하니까. 그것은 "앵무새를 죽이는 짓"이나 다름없으니까. 

앵무새를 죽이는게 무슨 뜻이냐고? 
책 앞부분에서 아버지인 애티커스는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엽총을 주면서, 아이들에게 어치새 등 다른 새들을 죽이는 것은 몰라도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라고 말한다. 앵무새는 노래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뿐, 곡식을 훔치는 등의 해는 끼치지 않는 존재이므로 죽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부 래들리나 톰 로빈슨 같은 사람들은 바로 앵무새 같은 사람들이다. 다른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를 입힌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편견으로 그들을 판단하곤 했다. 

그렇게 스카웃은 상황을 납득하고, 래들리 아저씨를 감싸주는 이유를 말해주는 아빠에게 자신도 이유를 안다고 안심시켜 드린다. 래들리 아저씨를 살인죄로 신고하는 것은 '앵무새를 쏴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자신도 말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어린 스카웃은 한 층 성숙해진다.

 

소설의 배경 이해하기

앵무새 죽이기의 배경은 1933년~1935년의 앨러배마 주인데, 이 시기는 정확히 미국 역사의 아주 중요한 부분인 대공황과 짐 크로우 시대이다. 대공황은 소설 속에서 메이콤의 모든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메이콤 주민들 중 객관적으로 훨씬 낫게 살고있는 변호사 집안인 핀치 가 조차도 부유하게 묘사되지 않으며, 적당히 가난하고 절약하며 살고 있다. 

당시 미국의 대공황

당시의 대공황은 메이콤 마을 같은 남부의 시골 마을들을 가장 크게 강타했다. 1920년대의 여러 자연재해가 남부 지역을 황폐화시켰고, 대공황과 함께 지역 경제도 더욱 깊은 어려움 속에 접어들었으며, 작물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많은 농민들이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대공황의 영향을 받은 농부의 두 가지 유형을 볼 수 있는데, 백인 농가인 커닝햄 가족과 흑인 농가인 로빈슨 가족이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커닝햄 가족은, 대공황으로 매우 힘들게 살아가며, 커닝햄과 같은 농민들이 힘들게 살아가면서 도시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농부가 가난했기 때문에 전문직들도 가난해지는데, 소설속에서 돈 대신 작물을 지불하는 커닝햄 가족처럼, 돈이 없어 작물을 지불하거나 지불을 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늘어나 마을의 의사나 변호사 등도 당시 돈을 벌기가 어려웠다.  한편 로빈슨 가 같은 흑인농가는 상황이 더 힘들었는데, 1932년 당시 남부 흑인들의 50%가 실업자 상태였으며, 많은 흑인들이 로빈슨 가족처럼 농장에서 일했다. 대공황시기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좌절도 증가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흑인들이었고, 1877년에서 1950년 사이 4천명 이상의 흑인이 남부에서 살해당했다. 톰 로빈슨도, 소설속에서 남부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던 흑인 농민을 대표하는 존재이며, 결국 무고하게 죽게 된다.

또한, 당시는 미국 역사상 짐 크로우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인데, 흑인이 비록 법적으로는 노예에서 풀려났지만, 흑인이 여전히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차별받던 시기를 말한다. 그냥 노예에서 풀려났다 뿐이지, 짐 크로우 법은 모든 분야에서 흑인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인종이 구분되었는데, 흑인과 백인은 사는 구역도 달랐고, 학교, 식당, 대기실 및 공공장소에서도 전부 다른 공간에 있어야 했으며, 인종 간 결혼도 불법이었다. 

남부에서는 짐 크로우 법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흑인이 법을 위반하면 항상 가혹하게 처벌받았고, 대부분의 법정에서는 백인이 항상 승리했기 때문에 흑인과 백인의 법정싸움은 거의 무의미했다. 이런 사회배경 속에서 흑인을 변호하기로 결정한 애티커스 핀치에 대한 남부 사람들의 배척과 혐오도 어찌 보면 당시 사회 배경상 당연한 일로, 이런 배경을 알면 소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 속에서도 젬과 스카웃이 캘퍼니아를 따라 흑인 교회에 가는 장면이나, 법정에서 '흑인 존'에 들어가고 아이들을 모르는 흑인들이 당황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인이랑 섞여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들만 피해보기 때문이다. 

 

메이콤 마을

메이콤 마을의 지도는 다음과 같다.

소설속의 메이콤 마을은 가상의 마을인데, 1930 년대에 존재했던 작은 남부 마을을 대표하는 마을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스카웃은 소설속에서 이 마을을 오래되었고, 피곤하며 질식할 것 같다고 묘사하는데, 이 묘사는 메이콤 마을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일 뿐 아니라, 도시의 미묘한 사회적인 측면까지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콤 마을은 사회적 편견과 인종 차별로 인해 병들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메이콤 마을은 사람들의 계층에 따라 지리적으로 나뉘는데, 핀치 가 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한 가족은 마을 중심에 가깝게 살고 있으나,. 반대로 유얼 가는 마을 끄트머리의 쓰러질것 같은 오두막에 살고 있다. 이 마을 끄트머리 지역은 또한 흑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 마을이 인종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분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카웃은 소설 속에서 '메이콤 크기 정도의 마을에는 유얼같은 가족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를 통해 어느 마을에든 경제적 불평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의 숨겨진 상징들

이 소설이 뭐가 그렇게 문학적으로 위대하며, 얼마나 대단한건지, 사실 번역본으론 다 알기가 어렵다. 애초에 앵무새 죽이기 라는 제목부터가 (이미 해적본에서 앵무새로 나왔기때문에 새 번역들도 익숙한 제목인 앵무새를 그대로 쓰고 있음) 약간 잘못됐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mockingbird는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앵무새랑은 좀 다른 새로, 흉내지빠귀라고 불리는 새이다. 아무래도 앵무새하면 빨갛고 알록달록하고 사람 말을 따라하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되는데, 그런 새가 아님을.... 

mockingbird

딱 봐도 무해해보이는 작은 새ㅋㅋㅋㅋㅋㅋㅋ 이 흉내지빠귀는 사람을 따라하는게 아니라, 다른 새들의 노래나 개구리 소리등을 따라하는 새이다. 그리고 소설속의 앵무새는 정말 이 이미지처럼, 다른 새들을 따라 즐겁게 노래를 하지만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해를 끼치지는 않는 새이다. 소설속에서는 그런 새들을 "죽이면 안된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앵무새같은 존재는 현실에서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편견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속의 앵무새

소설에는 수많은 [함의적] 앵무새가 등장한다. 가해자 몇몇을 뺀 소설 속의 많은 인물들은 어떻게 보면 다 앵무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많은 앵무새들은 여러 사람들의 편견과 괴롭힘으로 <죽어가고> <죽임당한다>.

먼저 옆집 이웃인 부 래들리. 

부 래들리는 잔인한 아버지에 의해 망가진 앵무새다. 소설 초반에 아이들의 입으로 부 래들리가 왜 '집에만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풀리는데 (아버지의 허벅지를 칼로 찔렀다는 둥) 공포스러운 허구와 알 수 없는 진실이 섞여 아이들의 미신과 공포의 대상이 되는데, 소설의 아이들은 물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독자들이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한가지는 래들리의 아버지가 그를 집안에 가두고, 으름장을 놓거나 했던 것들이 일종의 가정폭력이고, 그것이 부 래들리를 어느정도 망가트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이들에게는 그저 무서운 존재, 괴물같은 존재였던 부 래들리는 소설이 진행되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이웃의 '한 사람'으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한 인간이 되어, 스카웃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또한 소설 속의 부 래들리의 캐릭터가 바뀌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지나갈수록 아이들은 그를 친근하게 인식하고, 선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아이들을 구하는 영웅적인 존재가 된다. 

또다른 앵무새인 톰 로빈슨.

그는 강간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모두 그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들은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의, 죄없는 앵무새 죽이기를 자행한 셈.
그는 재판의 주인공이자, 메이콤 마을의 화제의 중심에 서게되는 인물이지만, 정작 소설의 중반까지 그는 별로 등장하지 않으며, 그의 '진짜 이야기'도 베일에 쌓여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톰 로빈슨에 대해 얘기하고, 톰을 변호하는 애티커스를 비난하지만, 톰은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전혀 없다. 소설 속의 갈등은 백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톰은 그들이 싸우는 동안에도 무력한 존재이며 갈등에서조차 철저히 배제된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소설속에서는 재판날까지 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데, 이런 장치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도 메이콤의 사람들처럼, 소문을 통해서만 톰을 판단하게 만들고, 톰에 대해 거의 마을 사람들만큼 모르게 한 다음, 재판에서 다른 마을사람들과 같이 독자가 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만든다. 독자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법정에 서서, 그 재판을 보는 것이다. 

주인공의 오빠인 젬도 어떤 의미에서는 앵무새라고 할 수 있다.

스카웃보다 몇 살 더 많은 사춘기 나이인 젬은(소설속에서 10~13세), 톰 로빈슨의 재판을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청소년인 만큼 젬은 매우 이상주의적이며, 한창 머릿속이 복잡하고 예민한 나이에 정의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마주하게 된다. 마을사람들의 태도와, 인종차별과, 톰 로빈슨의 재판에 대한 패소는 한마리의 순수하고 연약한 앵무새와 같은 젬을 혼란과 시험에 빠트린다. 그러나 아버지의 정의에 대한 헌신을 꿋꿋이 지지하며, 평등과 정의에 대한 확신을 소설속에서 계속 어렵게 유지해나가는 젬. 젬은 결국 혼돈속에서도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나가며, 긍정적인 교훈들을 배우며 한층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젬의 팔 부상은 톰 로빈슨과 마찬가지로 왼쪽팔에 생겨, 톰 로빈슨과 똑같이 "왼쪽팔이 오른쪽보다 약간 짧게" 된다. 톰 로빈슨과 거의 비슷한 나이에 부상을 입은것도 그렇다. 젬의 팔을 부러뜨린 사람(유얼)이 톰 로빈슨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라는 것은, 톰 로빈슨과 제레미 핀치를 같은 선상의 피해자로 만들며 이 소설의 아이러니함을 부각시키고, 제레미를 "죽임을 당할 뻔 한" 또 한마리의 앵무새로 만든다.

순수한 앵무새, 주인공 스카웃

본명은 진 루이스 핀치임에도,  소설속에서 스카웃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스카웃". 이 별명은 소설에서 아주 적절한 뜻을 담고 있다(scout: 정찰하다, 관찰하다) 이야기는 스카웃의 시점에서 스카웃이 관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묘사하고있기 때문이다. 스카웃은 비단 인종차별 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남녀차별에 대한 문제도 직면하게 된다. 말괄량이 여자아이인 스카웃은 주변에서 "여자처럼 행동해라" "여성스러워져라" 등의 압박을 늘상 받고 있고, 내면에서 남녀차별에 대한 스스로의 타협점을 열심히 찾아가는 캐릭터이다. 

스카웃은, 소설 시작부분에서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앵무새와 같은 순수한 어린아이로 묘사되지만,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의 악의와 접촉하게 되고, 많은 것을 배워나가며 성격을 형성한다. 아버지 애티커스는 스카우트에게, 인류는 악하기도 하지만 선하기도 하며, 동정과 이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악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우리는 소설의 뒷 부분에서 스카웃이 이런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따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앵무새의 또 다른 상징

흉내지빠귀는 다른 동물의 음악이나 목소리를 "흉내"내는 새이다. (그래서 앵무새로 번역된 것) 순수하게 다른 동물의 소리를 따라하는 이 새는, 책의 끝에서 점점 주관이 뚜렷해질 때까지 주변 사람들(오빠나 딜)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는 스카웃을 반영하는 존재로도 볼 수 있을것이다. 또한,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부 래들리 놀이' 를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부 래들리 씨를 '모방(mocking)'하고 '조롱'하는 행동 등도 책 전반에서 흉내지빠귀(mockingbird)와 관련된 상징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본에서는 알 수 없는 일종의 언어유희지만, 주인공 스카웃의 집안 핀치(Finch)는 핀치류 새(참새같은 작은 새의 종류)라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여기에 나오는 흉내지빠귀(앵무새)도 핀치 류의 새이다. 그러므로 톰 로빈슨이라는 앵무새를 변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 집안이 핀치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설 속의 꽃

앵무새 죽이기는 소설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꽃이 등장하는데, 작은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젬이 욕쟁이 듀보스 할머니의 동백꽃을 성급하게 잘라버리고 정원을 망가뜨린 사건에서 동백꽃이란, 인종차별주의에 접근하는 젊고 급진적인 접근방식을 상징한다.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방법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듯이, 젬도 급진적인 방법으로 동백꽃을 망가뜨리고 할머니댁에 책을 읽어드리러 가는 벌을 받게 되고, 극단적으로 사고방식이 다른 두 세대는 결과적으로 어느정도 서로를 이해하고 타협하는 시간을 가진다. 듀보스 부인이 사망할 때 젬에게 주는, '올해는 글렀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살아난' 동백꽃은 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의 극적인 화해의 상징이자, 죽음을 통한 영혼의 해방이라는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우디 아줌마가 키우고 있는 진달래꽃은, 불리한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꽃으로, 한번 필때 모든 꽃이 활짝 만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꽃을 기르는 마우디 아줌마가 얼마나 열려있고 깨어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두려움이 없는지를 상징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또 한편, 제라늄은 미국에서는 장미 대신 키우기 좋은 저렴한 꽃으로 장미 대체제라고 볼 수 있는데, 소설속에서 메이엘라가 '싸구려 에나멜 양철 요강 여섯 개(six chipped‐enamel slop jars)'에 키우고 있다고 묘사되는 꽃이다. 요강에서 자랄수밖에 없는 싸구려 꽃은, 어두운 가정에서 기회를 박탈당하며 살아온 메이엘라의 절망과 비극적인 덫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대충 내는 결론

너무 길게 쓰다보니까 도대체 어케 마무리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여튼 그래서 이 소설이 함의하는 바가 많고 마치 미국판 아홉살 인생 같아서 인기가 많은 것...  교과서에 싣기 정말 최적의 소설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  읽으면서 흥미로운 부분도 많았고 정직하고 선한 핀치 가에도 감동을 받았다. 어쨌건 10년간 미룬 독후감 숙제를 드디어 한거같아서 후련하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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